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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만화추천 및 리뷰

만화 목소리의 형태 리뷰) 좋아하지 않는 주제로 내게 재미를 주다

목소리의 형태를 알게되었던 건 꾀나 오래전의 일이다. 한 소년이 귀가 들리지 않은 같은 나이대의 소녀를 괴롭히면서 시작된 이야기. 그리고 단편만화 인줄 알고있었던 그 만화가 어느새 완결이났고 극장판까지 개봉을 했더라. 솔직히 말해서 알고만 있었기 때문에 해당 만화에 관해 잘 몰랐던 나는 그저 귀가 좋지않은 여학생을 괴롭힌 남학생이 어쩌다가 그녀를 좋아하게 되고 그러면서 알콩달콩한 하루가 옵니버스식으로 진행되는 그런 진부한? 만화일줄로만 알았지만 직접보니 그렇지 않았다. 많은 생각을 남기게 하면서 마음 한켠에는 조금은 짠한 기분을 남겨준 그런 만화였기 때문이었다.

목소리의 형태 원작 만화를 읽으면서 조금은 좋았던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들을 몇가지 나누어 리뷰를 한 번 적어보도록 하겠다. (스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목소리의 형태 간단한 줄거리 및 작가의 역량


줄거리를 조금만 적어보자면 목소리의 형태는 고등학생 소년이 자신이 초등시절 괴롭혔던 청각 장애를 가진 동갑내기 소녀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과거가 나오기 시작해 그가 초등학생때 저질렀던 일들과 그의 성격 그리고 청각장애의 소녀를 왜 괴롭혔고 그러다가 어떻게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되었는지 모든 과정이 뚜렷하게 보여진다. 그러한 과정속에서 주인공은 결국 왕따의 길을 걸었고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극심한 대인관계의 결핍과 피해의식을 가지게 되는데, 그걸 견디다 못한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죽기를 결심하기 전 바로 자신이 괴롭혔던 청각 장애를 소녀를 찾아간 것이었다.


둘의 재회의 시작은 좋지 못했지만. 여주인공의 착한 성격과 남자 주인공의 답답하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진심 때문인지 둘은 서서히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과거 초등시절 자신들을 괴롭혔던 친구들을 하나하나 다시 만나 마치 엣날을 떠올리듯 다시금 친구가 된다.


단순히 적어낸 줄거리지만 실제로 만화를 본다면 그 과정 속에서 작가가 그려낸 장면 하나하나에는 각 캐릭터들의 진심이 뚜렷히 느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솔직히나는 괴롭히는 쪽도, 괴롭힘을 당한 쪽도 아니었고 그런 쪽들을 그저 지켜만 보던 제 3자의 입장인지라 각각 역할이 맡은 분위기나 성격 그리고 그 속마음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있다. 그러나 나같은 독자들이 대다수 일것인대에 반해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비슷한 후기를 남길 수 있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폭력의 가해자들을 미화시키기 싫었는지 가해에 조금이라도 가담이 된 모든 등장인물들이에게는 조금이라도 피해를 나누어 주어 공평함을 유지시켰으며, 각자 정당한 이유를 만들어 내어 그것이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초등학생의 관점에서는 이루어질 수 있다는 부분이라는 것을 만화의 내용으로 풀어나갔다. 


쉽게 말해 학교폭력에 조금이라도 좋지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 조차 불편? 함없이 읽을 수 있도록 그려냈다고 하고싶다.



●진부할 수 있는 설정 그러나 지루하지 않았다


목소리의 형태와 같은 만화는 특히 나같이 액션이나 조금은 특이한 주제를 가지고있는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여러부분에서 지루할 수 있는 만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그러한 만화들은 초반이 재미있고 중반에는 그저그렇다가 후반에 가서 결국 재미가 없다라는 생각을 들게만들거나 초반부터 재미가 없는 바람에 책을 덮어버리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있었다. 그러나 목소리의 형태 같은 만화들의 특징일뿐 '목소리의 형태'만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지 않은 주제이며, 평소에 관심조차 갖지않던 책이 분명한데 1권을 펼쳐 읽기 시작하자 읽고있는 내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술술 읽혀나갔기 때문이었다. 어쩌다가 내 취향이 저격된건지 모르겠지만 해당 만화는 기승전결을 뚜렷히 보여줬으며, 마지막에 가서는 열린결말인 듯 하면서도 대부분이 예상할 수 있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나에게 이런 호평을 만들게 한 것은 남자주인공인 쇼야와 여자주인공은 쇼코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대화의 흐름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단순히 고교생들의 순정물처럼 오그라드는 대사와 뻔한 밀당이 둘 사이에 있었다면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책을 덮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어딘가 어수룩한 주인공, 귀가 들리지 않는 여주인공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오가는 '수화'라는 대화수단은 오그라들 수 있는 순정물의 한계를 색다르고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바꿔놓으며, 각각 주인공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어딘가 오버스러운 쇼야의 친구와 오래전부터 쇼코의 버팀목이 되준 여동생 또한 지루한 흐름을 막아주는 방벽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목소리의 형태가 재미있고 잘 그려낸 그리고 주제를 잘 살려낸 좋은 만화임은 인정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첫 째로 초등학교때부터 남자주인공을 좋아하던 우에노의 설정은 어딘가 부족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물론 그를 왜 좋아하는지 그가 괴롭힘 당할때 왜 나서지 못했는지에 관한 설명이 나오기는 하지만 단순히 그런 설명만으로 이해할 수는 없을 정도로 우에노라는 캐릭터의 설정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던 것은 분명했으며, 그러면서 생기는 여자주인공과의 대립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찌보면 쇼야와 쇼코를 이어주는 듯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도 심심할 수 있는 만화에 그나마 악역? 이 될 수 있는 요소를 넣은 것으로 보이고 덕분에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조금만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그려냈다면 어땟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로는 순수함이 조금씩 사라졌다는 것이다. 학원물이자 순정 그리고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해당 만화가 끝에 다다를 수록 극단적인 방향을 선택한 점에서 특히 목소리의 형태와는 어울리지 않았음을 말하고싶다. 남자 주인공은 결국 여주인공과 자신의 성격때문에 또 다시 친구들과 멀어지는 상황이 생기고 여자주인공은 미안함에 스스로 자책하며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하지만 남자주인공이 그녀를 구해내면서 반대로 자신이 사고를 당한다. 근데 과연 이러한 장면으로 흘러갔을때 그 후로 이어지는 부모들의 만남, 그리고 후반부분의 스토리들이 그렇게 평화롭게 흘러간다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 물론 남자주인공은 의식을 찾고 결국 건강해지지만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생겼던 그 과정들은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쇼야의 엄마가 해야될 역할을 마치 우에노가 대신해서 풀어준 느낌이 강했고, 자살을 시도하고 그녀를 막아 사고를 당한 그의 주변인들과 쇼코의 관계가 그런식으로 회복된다는게 과연 옳은 스토리였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살과 사고는 굉장히 다른 차이를 보인다. 자살은 완전한 절망끝에 스스로 선택한 마지막 수단이고, 사고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 갑작스럽게 생겨나는 좋지않은 상황이다. 차라리 쇼코가 절망에 빠져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고 다가오는 차의 경종을 청각장애인 탓에 듣지못해 사고가 날뻔한 것을 쇼야가 구해냈다면 그 후에 이어지는 스토리들이 어느정도 맞춰지는 느낌이다(그저 사고의 한 가지 예일 뿐이다). 그러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한 여자주인공을 얼떨결에 막고 주인공이 되려 당해 그 후에 평화롭게 흘러가는 스토리는 조금은 만화의 재미를 위해 극단적으로 몰고나간게 아닌가 싶다. 그러한 선택은 재미부분에서는 어느정도 효과적인 반응을 이끌어 넀으나, 완성도 적인 면에서는 조금의 아쉬움을 남겼다. 차라리 다른 만화였으면 모르겠으나 목소리의 형태였기 때문에 더욱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총평


조금 거북할 수 있는 주제를 잘 풀어나간 만화의 완성도와 스토리, 그리고 지루하지않게 잘 이끌어나간 작가의 역량은 높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한 것 같지만 어딘가 자세하지 못한 캐릭터의 설정과 후반에가서 여주인공이 선택한 극단적인 방향은 만화의 재미를 위해 조금은 무리를 한게 아닌가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인 여주인공을 괴롭힌 가해자 그리고 또 다른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학생다우면서도 뭔가 풋풋하게 잘 그려나갔고, 단순히 순정물이라고 생각하여 읽지않았으면 재미있는 만화를 하나 놓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볼만한 만화인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도 무난하게 추천할만한 만화이며, 특히 이러한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더욱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